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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2-12

여성학(gender) 전공하는 남자 - 김올튼

김올튼. 1984년 전주 출생. 전교조 활동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대학교에 들어가면 학생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입학한 첫 주에 바로 학내 동아리인 ‘노동문제연구회’에 가입했다. 동아리 활동 중 여성노동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노동문제와 젠더문제의 접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졸업 후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Lund University)에서 Gender Studies를 전공하며 유럽 내의 이주여성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감자/

들어가며


올해 초, 스웨덴에서 형을 처음 만났다. 형은 오전에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거나 책을 보다가 밤10시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생활을 매일 반복하고 있었다. 형은 과제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수업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자료를 읽는다고 했다. 형은 왜 하루 종일 책만 볼까. 형은 왜 이 머나먼 스웨덴까지 와서 젠더를 공부하고 있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열심히.

젠더 공부를 스웨덴까지 와서 지속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형은 공익복무기간 동안 지역의 여성단체에서 2년간 자원활동을 했는데, 그 때 경험이 젠더 공부를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자원활동 하던 시절에 성매매 집결지에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 밤 10시부터 새벽 두, 세시까지 어떤 남성들이 오나,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오나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남성들이 꾸준히 찾아오더라. 보통 여러 명이 술 한잔씩 하고 오더라고.  예전에 정희진 씨가* 『페미니즘의 도전 』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거든. 성매매는 남성의 의식과 무의식, 24시간을 혁명하지 않고는 변화가 불가능한 문제라고.  나는 이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남성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꼈어."

 

‘공적’인 곳이라고 간주되는 영역에서 남성은 국가나 자본의 형태로 여성의 노동을 착취하며, ‘사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가족, 이성애 관계, 성매매에서는 관계성을 혐오하고 부정함으로써 여성의 감정 노동에 무임승차한다. 성매매 ‘근절’이 ‘불가능’하지만, 여성주의 정치의 최후, 절대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남성의 의식과 무의식, 그들의 24시간을 혁명하지 않고는 사라지지 않을 남성 젠더 문제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성판매 여성’의 인권 중에서.

 

군대를 갔다 와서 4학년에 복학한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 형은 ‘신기한’ 사람이었다. Gender전공? 남자가? 스웨덴까지 와서? 아니, 도대체 왜???

사실 이 인터뷰는 형을 만난 그 날부터 시작된 셈이다.

 

 

사진 사진